중국에 '꽌시'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는 '관계'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국 고위관료와 꽌시를 트느냐, 못트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고 한다.
갑자기 '꽌시'를 왜 설명하냐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사가 기업과 '꽌시'를 틀기 위해 복붙기사를 엄청 쏟아내기 때문이다. 인터넷 언론 기사를 보면 대부분 보도자료를 긁어다 붙인 듯이 토씨 하나 똑같은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에는 보도자료에 있는 오타마저도 기사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공짜로 홍보가 되니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자신들과 돈이 오고 가는 관계를 트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달갑지 만은 않다.
모 기업에서는 친하게 지내던 언론사 기자가 신생 매체를 차려 인사를 하러 오면, 식사 자리는 한 번 가질 지 언정 광고 얘기는 지급 기준이 되지 않는다며 철벽을 친다. 요즘은 말도 안되는 억지 기사를 쓰면 소송도 불사하기 때문에 언론 시장이 녹록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언론사는 계속 늘어 이제는 매체 수가 2만 개가 넘었다.
아무튼 이렇게 생긴 언론사들은 대부분 취업준비생들의 꿈을 갉아먹으며 산다. 나이는 차고, 언론사의 문은 좁아지면서 조급해진 취준생들이 월 200만 원 정도의 돈을 받으며 인터넷 언론사에 취업을 하는데, 첫 직장에서 몸값이 200만 원으로 정해지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월급이 200만 원에서 시작한다.
그 곳에서 제대로 된 취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했던 것처럼 기업과 관계를 트기 위해 보도자료를 복사, 붙여넣기 하거나, 연합뉴스나 조선일보 같은 매체가 쓴 기사를 베껴쓰며 트래픽을 빨아 먹는 것이 전부다. 이런 곳에서 2~3년 간 일한 뒤 다른 곳에 "나 경력 기자요"하며 이력서를 내면 대부분은 서류에서 떨어진다.
그럼에도 인터넷 매체에서 길을 모색하거나, 다른 지원자보다 조금 더 앞서나가고 싶다면 보도자료로 연습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배웠을 당시에는 연합뉴스 기사로 연습을 했지만, 그것보다는 보도자료를 구해 기사를 써본 뒤 연합뉴스나 조선일보 기사와 비교해보는 것이 학습에는 더 도움이 됐다.
앞서 보도자료를 구하는 방법은 설명을 했다. 기왕이면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보도자료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보도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기자일 경우에는 '이브리핑'이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정부부처 홈페이지가 있다. 만약 취준생이라면 '정책브리핑'이라는 곳에서 보도자료를 모아서 볼 수 있다.
연습하기 좋은 보도자료는 경찰 또는 검찰의 사건 보도자료와 경제 관련 보도자료다. 경찰이나 검찰의 사건 보도자료는 출입기자가 아니라면 받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연합뉴스나 조선일보 베껴쓰기를 할 수 밖에 없지만, 간혹 가다가 보도자료가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자료는 두 번, 세 번 활용하며 기사 형식을 익혀보자. 경제 관련 보도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언론사의 수익 부서이자, 여러 기업의 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플랜B로 언론사가 아닌 기업에 취업을 하더라도 소식을 알고 있다면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크게 어필이 되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로 연습하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무식하다.
보도자료로 기사를 많이 써보고, 현직 기자들은 어떻게 썼는지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이걸 잘 하기 위해선 일단 기사를 많이 봐야 한다. 내용과 내용의 구조를 보면서, 형식을 익혀가는 게 중요하다.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 싶으면 보도자료를 하나 골라 기사를 써본다. 아무 보도자료나 골라선 안된다. 최근 이슈가 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골라야 더 많은 언론사 기사와 비교할 수 있다. 처음에는 문장의 순서, 문단의 구조, 조사의 사용을 보수적으로 보며 내 자신에게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나중에 고생을 안 한다.
기자를 준비한다면 모두가 알겠지만, 문장은 두괄식으로, 구조는 리드, 서문, 본문1, 본문2... 순으로 중요도 순으로 쭉쭉 써내려 간다. 쓰고 나서는 내가 리드는 제대로 썼는지, 서문은 이상하지 않은지, 현직은 조사를 어떻게 썼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비교, 분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언론사 기사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사 기자들도 틀리기도 하고, 잘못된 구성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범 답안 정도는 되기 때문에 그 구조를 내가 쓴 기사와 비교해가며 더 나은 문장 구조, 더 나은 단어 선택을 함으로써 내 기사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보도자료로 연습하는 것은 결국 많이 보고, 많이 쓰는 수 밖에 없다. 기자가 된 이후에도 이 연습은 하는 게 좋다. 처음에 잘못 길을 들여서 이상한 쪼가 생길 수 있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노력하면서 실력을 기르면 그 쪼도 금방 고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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