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사에 대해 안좋은 얘기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문득 생각이 나서 한 번 끄적여보려 한다. 여러 언론사를 거쳐오면서 다양한 일을 겪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할수도, 이해하지 못한 일도 다수 있다. 그 중 이해하지 못할 일을 하나 꼽아보자면
인터넷 언론사에 근무 했을 당시의 있었던 일이다. 기자협회에 속해있지만, 소규모 언론사였기에 대부분의 기자들이 거친다는 언론진흥위원회 문턱은 밟아볼 수도 없었고, 자체 교육으로 수습기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당시 수습기자들에게 아침마다 주어진 일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연합뉴스 기사를 분해해서, 사실만을 열거한 뒤 중요도에 따라 재배치해보는 일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연예뉴스 기사 10개를 쓴 뒤 서로 광고를 클릭하는 것이었다.
연합뉴스 기사를 분해한 뒤 재조립하는... 업계 용어로는 우라까이라고 말하지만, 이 훈련은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연예기사 10개를 할당해서 쓰고, 광고를 서로 누르게 하는 것은 함께 입사한 동기 중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회사에 동기들 대부분이 회사에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당시 우리는 정규직도 아니고, 계약직도 아니고, 수습이었기에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선배들은 우리 회사는 광고 수익을 내지 못하기에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술자리에서는 대기업이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없이 '관리'라는 명목하에 광고비 3백만 원을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겉과 속이 다른 조직이 싫었기에, 수습이 끝나자마자 사직서를 던졌다. 다른 5명의 동기들 역시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6개월 내에 모두 회사를 탈주했다.
이후 여러 언론사를 거쳤지만 공영방송과 국영방송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영방송사들은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광고를 가져오는 방법이야 많았지만, 대부분은 광고의 기대효과보다는 리스크 관리 명목하에 주는 광고였다. 광고비에 의존하는 것은 초기자본이 가장 적게 들면서도,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SNS 등 인플루언서들이 더 많은 광고효과를 거두면서, 신문과 방송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광고의 횟수는 줄었지만, 광고비는 그대로거나 늘었다는 것이다.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린 광고가 그만한 가치를 하기는 할까? 기업의 약점을 잡고 흔들면서 돈을 달라는 협잡꾼과 다른 것이 뭘까... 올해 중순에 환경전문매체 기자가 부정기사를 막는 조건으로 증빙도 안되는 돈을 받는 장면이 JTBC에 포착되기도 했다. 메이저 언론사에는 그런 일이 과연, 정말로, 진실로 없을까?
과거 대전MBC에 면접을 보러 갔을 당시 파머스마켓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로컬 농산물을 파는 건데 얼핏 보면 농협과 다른 것이 없지 않나? 싶지만 품질 측면에서는 농협보다 나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국제신문에서는 세탁방을 운영하면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내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두 언론사 모두 큰 수익을 봤다는 얘기는 못들었지만, 적어도 시도에 의미를 둘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체제에서 민영언론사의 수익은 딱 두 가지로 점철된다. 광고와 부동산. 두 수입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가지로만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BBC는 자회사를 설립해 다양한 수입을 창출하고 있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역시 상표사업과 어패럴 사업으로 수익을 다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있는 사업을 싫어하다보니, 결국 돈 나올 구멍은 두 가지가 전부인 것 같다.
정부가 연합뉴스의 광고비를 줄였고, KBS의 수신료는 분리징수가 이뤄지고 있다. 광고수익이 아닌 다른 수익사업이 있었다면 충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이게 언론사가 한 거라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창의적이고, 색다른 사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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