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설치형 블로그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개인이 가진 NAS나 웹호스팅 업체에 돈을 주고 용량을 빌린 뒤 블로그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누보드나 설치형 워드프레스, Ghost, Medium 등 다양한 서비스가 유행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와 달리 홈페이지를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자유도가 주어졌고, 취미로 하던 사람들이 부업으로 하는 경우도 꽤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많던 설치형 블로그 툴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워드프레스나 줌라 같이 사람들이 많이 쓰는 설치형 블로그는 종종 보일 뿐, 그 이외의 툴은 찾기가 힘들다. 어딘가에 기술문서가 담겨있는 홈페이지가 있기야 하겠지만,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사실상 사장된 것이나 다름 없다.
많이 안쓰는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의 발전이 하나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설치형 블로그들 역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기능들이 접목된 툴이지만, 이보다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블로그 툴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워드프레스는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다양한 서드파티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호환성도 좋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블로그 툴이 됐다. 기업형 블로그들 역시 기술 발전으로 사용자에게 일정 부분 자유도가 주어지면서, 사용성과 자유도가 블로거 눈높이에 일정부분 올라왔다.
또 다른 이유는 설치형 블로그의 관리가 어렵고,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업형 블로그 대부분은 무료로 운영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기업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줄 것이라 믿고 어느정도 웹호스팅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반면 설치형 블로그는 이런 웹호스팅을 내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시놀로지 같은 NAS 기기는 가격이 만만치 않고, 24시간 켜져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기비도 나간다. 하드가 고장나면 고쳐줘야 하며, 데이터가 손실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웹호스팅 업체를 쓸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비용이 비싸다. 웹페이지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누군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야 한다는 점도 초보자들에겐 걸림돌이다.
최근에는 플랫폼이 유튜브로 넘어가면서 설치형 블로그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이 사라졌다. 나도 한때는 설치형 블로그에 빠졌던 사람이긴 하지만 블로거에 정착한 이후에는 설치형 블로그를 굳이 찾아보려 하지도 않는다. 해가 바뀔 때마다 이제는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꾸 편안함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며 뿌듯함을 느꼈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매력적인 블로그 도구가 나오면 공부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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