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생각중] 그냥 주저리 주저리 쓰는 글

내가 기자라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은 10년도 되지 않은 일이다.
그 전에는 여러 방송 제작일을 했었는데, 예능이나 강연, 뉴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어릴 적부터 영상 촬영과 편집을 배웠고, 당시에는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나름 써주는 곳이 많았다.

기자라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은 KBS에서 방송제작요원을 하고 있었을 당시 함께 일했던 기자 선배가 기자를 권했었고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발을 들였던 것이다. 어쩌다보니 나와 잘 맞아서 계속 이 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선배가 재작년 탈주해 대통령실로 옮기면서 직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최근에는 "차라리 영상 편집을 계속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더러 든다. 

유튜브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활성화로 끼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마구 펼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런 콘텐츠를 제작할 깜냥이 됐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간혹 든다.(지금은 현업에 치여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적극적이진 않다) 그래도 수년간 밥벌이로 해온 일이기에 기본적인 조작법은 몸이 기억하고 있지만, 내 정신이 영상편집 일을 하기를 거부한다. 구성, 촬영, 편집, 완제에 쫓기면서 일주일 내내 살다보니, 이제는 자유로워졌는데도 일을 하고싶지 않아한다.

영상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 선배가 사모님의 유튜브 영상 촬영과 편집을 하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 종일 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지겹지 않으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십수년간 해온 일이기에 익숙하지만, 그것을 회사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이어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돌아보니 내가 영상 편집을 놨던 것이 MBN에 영상편집 사원으로 입사하면서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즐거웠던 일도 일이 되면 즐겁지가 않다는 것이 나에게는 영상 촬영과 편집이었고, 또 다른 흥미를 느끼기 위해 찾은 것이 기자일인 것 같다.

다행히 기자일은 업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즐겁기만 하다. 물론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다녀야 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적어도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의 싫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한 내 환경이 나를 지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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