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에 공간을 만들어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를 '서버'라고 부른다. 어떤 PC든 서버로 만들 수는 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떨어진다. 요즘같은 여름에는 열에 취약한 서버가 더위를 먹어 뻗기라도 할까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줘야 한다. 저장장치가 고장나면 데이터가 날아간다. 정보가 사라진 것도 속이 쓰린데, 장비까지 내 돈을 들여 교체해야 한다. 해킹 사고에도 취약하고, 정전이 되거나, 인터넷 서비스 장애가 일어나면 속이 끓는다. 여기에 SKB, KT, U plus 같은 통신사가 계약 위반이라며 인터넷을 끊기라도 하는 날에는 눈 앞이 깜깜해진다.
이럴 때 이용하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이다. 노트북,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 뭘 하든 내 데이터에 접근할 수가 있다. 과거에는 하도급 형태로 웹호스팅 업체나 서버호스팅 업체가 있었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빅데이터 연산, 다중이용 서비스 같은 여러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번거로운 유지보수를 하지 않아도 되고 이를 위한 인력을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 주기적인 백업도 보장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소멸할 리스크도 적다. 클라우드 시장은 계속 커져 구글과 아마존 뿐만 아니라 이제는 네이버 등 국내기업들도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문제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 정전이나 인터넷 장애가 생긴다면, 이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서비스가 모두 멈춰버린다. 오늘 새벽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이 멈춰섰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인 아마존 웹서비스에 장애가 생긴 탓이었다. 쿠팡 등 AWS를 이용하는 다른 사이트도 접속이 지연되거나 안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1시간 후에 장애는 해결됐지만,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매각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서비스 장애로 입은 손해에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런 피해를 입더라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보상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 지연 문제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것이 인재인지, 어쩔 수 없는 현상인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이를 규명하더라도 클라우드서비스 제공사인 아마존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앱 서비스 제공사인 빗썸에 보상을 요구해야 하는지 원인제공자 특정과 과실비율 산정이 쉽지 않다. 법적 분쟁을 제기하더라도 그 기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 뿐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모든 것을 맡기다보니,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에 따른 위기 대처 능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백업 서버를 만들어 위기에 대응할 방법이 있지만 앱 서비스 제공자들은 "그러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비용절감의 덫에 빠져 서비스 제공 여부를 크라우드 업체에 맡기기 것보다,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에도 사용자가 불편없이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앱 서비스 업체의 최고 서비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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